카페인 vs 커피, 두번째 이야기
샐러리맨과 캔커피
밀크커피, 블랙커피, 설탕커피
어린 시절 길거리 자판기에서
재미삼아 블랙커피 버튼을 누르고
'으웩'
하고 뺏어낸 기억 없으신가요?
커피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라서
대학교때까지도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하루 1L의 커피를 마시는 카페인 중독자가 되었는지...
아마도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루츠 아로마 블랙과 히로구치(広口)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했던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커피는 아마도 루츠 아로마 블랙 시리즈 였을 겁니다.
2006년 당시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았던 주둥이가 넓은 형태의 보틀캔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커피향을 즐기기 위한 넓은 주둥이와 커피캔 겉면에 입술을 직접 대기 싫어하는 여성들을 위해 별도의 뚜껑이 달려있는 보틀캔을 채용했다고 합니다.
<루츠 아로마블랙 2007년 리뉴얼>
보틀캔과 더불어 하단부가 홀쭉하게 들어가 웨이스트 웨이브 캔 역시 눈을 땔 수없는 디지인이었습니다.(웨이스트 웨이브 형태는 살균처리 시 열효율을 좋게 해준다고 합니다.)
일본에 도착한 첫날밤 편의점에서 처음 사 마셔본 루츠 아로마 블랙, 그 맛은!!
'으웩...'
이때까지도 블랙커피는 그냥 쓰고 검은 물이었습니다.
휴게실과 정수기가 없는 일본회사
일본에서 또 하나의 충격은 회사에 정수기와 휴게실이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한국에서였다면 믹스커피 한잔 타서 좀 쉴수 있었을텐데...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통하고
흡연실 앞에 있는 자판기 옆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게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일본 자동판매기>
아시다시피 일본에는 자동판매기가 엄청 많습니다. 한대의 판매기 내에서 파는 음료의 종류도 어마어마 하죠. 제가 있던 건물에는 흡연실마다 5대의 자판기가 있었는데, 컵라면 자판기 1대, 우유 자판기 1대 그리고 나머지 3대가 커피 자판기였습니다.
각각 조지아(GEORGIA), 보스(BOSS), 포카(POKKA)의 커피를 비치되어 있었고 얼핏 생각나는 기억으로도 최소 20여종 이상의 커피를 자동판매기를 통해 마실수 있었습니다.
하나 둘 마시다 보니 어느덧 보스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토미 리 존스가 나오는 보스 광고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손이 안가더군요.)
기본으로 마시던 커피는 조지아의 유러피안 이었습니다.
<조지아 유러피안 미당 2008년>
우유와 설탕이 들어간 흔히 말하는 '밀크 커피', 라벨에 써있는 微糖(비토우) 는 설탕이 조금 들어간 것을 뜻하는데 굉장히 균형이 잘 잡힌 맛입니다.
아... 당 떨어졌나?
왠지 모르게 힘이 나지 않는 날은 조지의 고호우비브레이크!!
<조지아 고호우비브레이크 2009년>
2009년 9월에 출시된 이 커피는 카라멜 느낌이 나는 묘한 달달함으로 기분 전환에는 딱이었죠.
몇년전부터 국내에 조지아 커피가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가 좋아하는 커피가 들어오지 않아 조금 아쉽습니다.
오늘은 좀 고급지게 가볼까나~
하는 날에는 다른 캔커피보다 20엔 정도 더 비싼 포카의 아로막스(AROMAX) 에스프레소를 마셨습니다.
<포카 아로막스>
음... 아쉽게도 제가 마시던 '에스프레소'가 없네요. 당시에는 리치로스트(녹색), 블랙(검은색), 에스프레스(빨간색)가 있었는데, 리뉴얼되면서 제품 라인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징이라면 170ml의 작은 사이즈이면서도 300g 보틀캔과 같은 히로구치라는 점입니다. 아로막스라는 이름 그대로 커피의 아로마를 즐기라는 의미였을까요?
제가 마시던 '에스프레소'는 이름은 에스프레소 였지만 역시 우유와 설탕이 다들어가 있는 밀크커피... 아 고급지게 '라떼' 라고 불러야겠군요.
이제는 맛 볼수 없다니... 안타깝습니다.
근속 년수에 따른 커피 취향의 변환
한 1년쯤 이렇게 커피를 마시다보니 생긴 문제가...
입안이 너무 답니다.
<루츠 아로마화이트 사토우제로(설탕제로) 2007년>
그래서 슬슬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라떼를 마시기 시작하죠.
그리고 다시 6개월쯤 마시다보니...
배가 너무 부르네요... ㅡㅡ;
<루츠 아로마블랙 비토우(당류55%cut) 2007년>
이제 우유를 완전 빼는 단계에 들어갑니다.
최근에는 '스위트 아메리카노' 라고 불리우는 '설탕커피' 를 마시기 시작하죠.
그리고 2년쯤 사회 생활을 했을때!!
400g의 대용량임에도 불구하고 140엔이라는 가성비 최강의 블랙 커피, 원다(WONDA)의 바디샷을 마시게 됩니다.
바디샷 2병에 일반 캔커피 하나로 하루 1L의 커피를 마시는 괴물이 되는거죠.
이 단계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주말이 되면 손이 덜덜덜 떨리게 됩니다.
캔커피의 끝판왕, UCC 블랙 무설탕
이렇게 또 블랙 커피 아니 이 레벨에서는 그냥 카페인 충전이라고 해야겠죠. 다시 이 시기가 지나게 되면 블랙 커피에서도 맛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 종착점이 바로!
UCC 블랙입니다.
무설탕, 무향료의 깔끔함이 매력인 커피입니다.
2011년인가 12년에 국내에도 출시되어 지금도 캔커피는 이 제품만 마시게 되네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칠때 가끔은 봉지 커피 말고 테이크 아웃 커피 말고 뜨~거운 또는 차가~운 캔커피의 온도를 손으로 느끼며 한잔 마셔보는 건 어떠세요?
캔커피 그리고 5년의 시간...
오랜만에 예전에 좋아했던 커피들을 이렇게 찾아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이 실감나네요. 제가 좋아하던 대부분의 커피들이 리뉴얼되었고 심지어 없어진 커피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2015년에 루츠의 메이커 였던 JT에서 음료가 생산 종료되고 일부가 산토리로 넘어간 것이 충격입니다.
<루츠 아로마 시리즈 2014년 리뉴얼>
디자인도 요즘 것보다 2000년 후반 제품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 역시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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