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백일떡 셀프 포장 후기
휴... 힘들다. 백일상은 그냥 집에서 하실까요?!
육아 일기는 첫째날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데,
벌써 우리 아기 백일이 찾아왔습니다.
'백일상 나 못차려!'라고 선언하신 그분!
결국 식사는 근처 한정식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떡이 문제입니다.
돌도 잘 안챙기는 요즘... 이걸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백일떡 꼭 해야할까?
정답은 '집안 어르신께 여쭤봐라.' 입니다만, 사실 이게 좀 어렵습니다. 양쪽 집안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안타깝께도 제가 그런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굳이 뭘 그런 것까지...' 하는 쪽과 '떡만은 꼬~옥' 이라는 두 집안...ㅡㅡ; 더군다나 장소가 외부라 더 문제가 되네요.
몇몇 지인 분들께 여쭤보니...
회사원 K
Q : 과장님은 백일 어떻게 하셨어요?
A : 그냥 가족 식사, 그러고 보니 막내때는 그냥 지나 갔나? 기억 안남.
은행원 P
Q : 회사에 백일떡 받아 본 사람 있어요?
A : 음... 사람마다 다르지. '유난스러운' 사람은 돌리고...
부모님
Q : 나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A : 응, 백일은 떡집에서 백설기만 했지. 부담없이... 그런데 날짜는 백일에 맞춰서 해야 한단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분위기입니다. 밖에서 식사하는 건 OK! 떡도 안해도 될 것 같긴한데, 안하면 섭섭해 할 분이 계시니 간단히 양가 부모님께 떡을 선물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왜 셀프 포장을 해야만 했을까?!
마음에 드는 떡 선물이 없었기 때문이죠. 참... 여기저기 온라인 떡집을 많이 뒤졌습니다만, 마음에 드는 떡이 없습니다. 2~4,000원대의 답례떡은 너무 양이 적고 소량 구매가 불가능한데다가 마음에 드는 떡 구성과 포장이 아니었습니다.
백설기만 해도 상관없는데, 이번에 제가 이상하게 '오색송편'에 꽂혀서...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백일떡에 담긴 마음'이라는 제목에 '백설기', '수수경단', '오색송편', '인절미'에 대한 글을 읽고 꼭 '오색송편'을 넣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답례떡에는 '오색송편' 대신 '꿀떡'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큰 선물세트 중에는 '백설기', '수수경단', '오색송편'만으로 구성된 세트는 없고 알수 없는 화려한 떡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서 결국 떡 포장을 DIY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DIE 했습니다. 금전적으로...
포장 상자 고르기, 춘하추동 화과자 상자
예전 같았으면 남대문 알파문구 근처에 포장 용품 파는 곳을 싸돌아 댕겼겠지만, 요즘은 시간도 없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귀차니즘에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춘하추동 화과자 상자
(6구:3,000원, 10구:3,500원, 15구:4000원, 쇼핑몰:빵쟁이떡쟁이, 구매시기:2014-07)
10구와 15구 상자입니다. 부모님께는 15구 상자에 넣어드릴 생각이지만, 어차피 배송료 드는거 다른 사이즈도 구매해봤습니다. 언젠가 쓰겠지...
글자와 무늬에 약간의 볼륨감이 있어서 그리 싼티나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 비싼 포장 상자도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면 안되겠죠?
안쪽 모습입니다. 그리고 같은 쇼핑몰에서 주문한 센스 아이템은 바로!
'손잡이대나무꼬지', 중 사이즈가 개당 35원이고 같은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회사사람들도 가져다 줄까하고 같이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할때 먹어보니 어제 먹던 그 떡맛이 아니어서 결국 회사에는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ㅠㅠ
알흠다운 12간지 아기 설기와 미친 배송료
아마도 제가 떡을 주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이녀석! 말띠 아기 설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행사용 백설기에는 거의 대부분 하트가 박혀있는데, 전 이상하게 하트 뿅뿅 설기에 거부감이 있어서...
왕관 쓴 말에 '100'이라는 글자가 박혀있는 디자인이 제 마음에도 박혀버렸습니다. '소이담' 이라는 떡집에서 주문했습니다. 25개에 40,000원...OTL 하트 뿅뿅 설기 대비 1.5배이상 비쌉니다.
하지만 이거 고를 때는 이미 말띠 설기에 눈이 획까닥 뒤집혀서 경제감각이 마비되어 있었죠. 참고로 설 지역은 만원 넘지 않습니다. 안양은 15,000원 정도 였던거 같네요.(배송비 링크는 요기요!)
떡은 유통기한이 워낙 짧아 희망 날짜에 생산해서 바로 배송된다고 합니다. '배송주의' 문구가 맘에 듭니다.
꿀떡이 서비스로 들어있군요. 설기떡은 개별 포장되어 있습니다.
밑에 보니 '오색송편'과 '수수경단'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습니다.
'오색송편' 때깔은 참 좋네요. 그런데 맛은 수수경단 > 꿀떡 > 백설기 > 송편 순입니다. '수수경단'은 진짜 맛이 더군요. 백설기는 그냥 '아무것도 안넣은 맛' 그리고 송편은... 그닥... 제 입맛에 그렇다는 말이죠.
떡 포장은 떡싸게지로...
자 그럼 포장해보죠. 설기떡은 포장되어 있어서 괜찮지만 다른 떡들은 종이 상자에 바로 넣기가 좀 그래서 종이 호일을 이용해 봤습니다.
우선 바닥을 깔고...
설기떡 주변도 한번 감싸줍니다. 요런식으로 호일을 띠모양으로 잘라서 둘러주고 가위로 살짝 잘라서 끼워주면 테이프를 붙이지 않아도 포장 OK!
먼저 설기떡을 상자에 넣고 레이아웃을 잡아줍니다.
오색송편으로 멋 좀 부려주고~
수수경단을 채워 넣습니다.
이 작업을 세번이나...양가 부모님과 회사 가져갈 것(결국 안가져갔지만...)
마지막으로 떡을 마르면 안되니 랩으로 한번 감싸주고 그 위에 대나무꼬지를 올리는 것으로 끝!
직접 포장한 티를 내려면 좀 어설퍼 보여야 하는거 다 아시죠? 솜씨 좋으신 분들도 수수하게 하세요 ㅎㅎ
아 참! 포장하고 좀 아쉬웠던게 '떡싸게지'를 주문 안 한겁니다. 종이호일이 생각보다 얇고 랩으로 덮는 걸로는 떡 보관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떡싸게지는 네모지고 투명한 비닐인데 이걸로 떡을 개별포장했으면, 좀 더 괜찮은 포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 밖에서 치루는 백일은...
별로... 였습니다. 떡 때문은 아니고요 ㅎㅎ 아직 목도 잘 못 가누는 애를 데리고 나갔더니 신경쓰여서 비싼 한정식 맛을 잘 못느꼈습니다. 편하게 애기 집에다가 눕혀놓고 가족 식사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떡도 따로 주문하니 그냥 백일떡 세트 주문하는 것보다 더 비싸네요. 같은 떡집이라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말띠 설기...
그분께서 이 떡을 보시고는 '와 귀엽다. 공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