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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거꾸로쓰는일본일기#2, 후지산 정상을 향한 발걸음

by 래프윙 2017. 1. 23.



振向いた日本生活#2, 후지산은 힘들어

한번도 안 가면 바보!! 두번가면 더 바보?!









'후지산 분화 카레'


후지산의 기억을 떠울리면 우습게도


이 메뉴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후지산...


'왜 그 험한 길을 갔을까?' 후회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카레 위에 올려진 생강절임만


떠오르는 즐거운 추억입니다.




이것은 2009년 8월 14~15일


후지산 5고메부터 8고메까지의 기억입니다.



한번도 안 가면 바보!! 근데 두번 올라가면 더 바보?



일본사람들은 후지산 등반에 대해 「一度も登らぬ馬鹿に二度登る馬鹿」 라는 말을 종종하곤 합니다. "후지산을 한번도 올라가지 않은 바보, 두번 올라가는 바보" 라는 말인데요. 


일본 제일의 산이라고 일컬어지는 후지산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런데 굳이 두번이나 올라가는 것은 더 바보같은 짓이다 라는 의미입니다.


왜 두번 올라가는게 바보냐면...





ㄷㄷ


이것이 후지산의 진실!!


후지산~ 하면 대부분 이쁘게 눈이 쌓여있는 매력적은 모습을 떠올리지만 사실 후지산은 바위산입니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6, 7고메 이상가면 나무 한그루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 험난한 바위산을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수행하듯 끝도 없이 올라갑니다. 일본에서 제일 높다는 그 산을... 끝도없이...


 
그래도 날씨가 맑은 날은 산 정상에 어린 운무와...





산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매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여러분이 걸어야할 길...


날씨가 안좋은 날은 위아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와 몇일 차이를 두고 다녀온 선배부부의 사진을 봤는데...


완전 지옥도...^^;



혹시라도 후지산에 오르신다면 날씨 체크가 필수입니다. 




7~8월 시즌여행, 후지산을 걷자(富士山を歩こう)



후지산이 휴화산인건 다 아시죠? 활동 정지한 사화산이 아니라 언제든지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휴화산입니다. 


그래서!


후지산은 아무때나 갈 수 없습니다. 보통 7~9월 사이에 오픈하고 오픈된 시기에도 잔설(残雪)의 상태나 날씨에 따라 제한되곤 합니다. 입산 시기는 후지등산 오피셜 사이트(http://www.fujisan-climb.jp/season/index.html)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입산 시기는 6월말경에 발표되고 등산로에 따라 시기가 달라집니다. 초심자 루트라는 요시다 등산로(吉田ルート)의 2016년 입산 시기는 7월1일부터 9월10일까지 였네요.


여름휴가 시즌이 되면 여기저기서 후지산 버스투어 패키지가 판매되니 일일이 체크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엔이 조금 넘는 가격에 후지산 5고메까지 버스로 이동 > 가이드 1명과 함께 8고메까지 등반 > 야마고야(山小屋)라고 부르는 작은 산장에서 새벽까지 휴식 > 새벽에 정상까지 등반 > 일출 감상 > 하산 > 후지5호라고 불리우는 호수 근처에서 식사 > 도쿄 귀환의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2009년에는 마지막 일정이 식사였는데, 요즘은 온천으로 바뀐것 같더군요.




5고메(合目)에서 등반 시작!



아까부터 고메(合目)라는 말을 계속 사용하였는데요, 그 산 내에서 높이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단위입니다. 즉 A라는 산의 5고메의 높이가 B라는 산의 5고메의 높이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후지산은 1고메부터 10고메까지 존재하며 10고메가 정상입니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하나의 산 내에서도 1고메가 나타내는 높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출처 - 시즈오카현 후지등반 가이드(富士山を登る人のために)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5고메(五合目)에서 6고메(六合目)까지의 높이차는 85m지만 7고메(七合目)부터 8고메(八合目)까지의 높이는 660m나 됩니다. '고메'가 어떤 식으로 정해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는 없는데, 여러 설 중 등반 난이도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말이 신빙성이 있게 느껴집니다.






버스투어는 대부분 5고메에서 출발합니다. 여름시즌 한정 패키지이기 때문에 5고메 주차장에는 다양한 여행사의 버스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1고메부터 올라가야 진정으로 후지산 정상을 밟은 거다 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버스타고 올라가다보면 1고메부터 자전거로 올라가는 일단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으...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5고메에 내려서는 후지산 미하라시(富士山みはらし)라는 유료 휴게소에서 환복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은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미리 준비해간 샌드위치와 삼각김밥을 먹었습니다. 



미하라시 앞 광장에서는 다양한 여행사의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에게 주의 사항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5고메의 풍경을 찍어봅니다. 푸릇푸릇한 후지산의 모습에 아직까지는 후지산이 바위산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고난이 시작되는데...



아침에 사온 김밥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집사람이 탈이 난 겁니다. 몇 번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는 사이 기다리는 다른 일행들에게 미안해서 먼저 올라가라고 했습니다. 



이때부터 가이드와 떨어져 둘만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단 출발은 활기 찼습니다. 가이드랑 떨어진 불안감은 있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어서 길 잃을 걱정은 없는 것 같고 일본에서 제일 높은 산을 올라간다는 설레임이 앞섰기 때문이죠.






요시다 등산로 입구 앞에서 '브이~'를 그리며 찰칵!



하지만...


산을 올라갈수록...




...


올라갈수록...






집사람의 상태가 급격도로 안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말수가 줄기 시작하고 입술이 파랗게 질리더니... 무표정... 무표정...


다시 내려갈까 고민도 했습니다.





정말 미치겠는건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가 어마어마하게 급해진다는 겁니다.


으... 이제 정말 포기해야지 싶을때 쯤!!





7고메의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숙소인 8고메의 야마고야까지 갈 힘을 비축할 수 있었습니다.



8고메 도착! 시장은 반찬이 아닙니다요.


7~8고메 사이에는 사진이 없습니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8고메의 야마고야에 도착해서 겨우 헤어졌던 가이드와 패키지 일행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패키지에 포함된 건지 사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는데,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는 건...


제 인생의 먹거리중 가장 기억에 남을 만큼 맛이... 없었다는 겁니다. 체력이 바닥이라 엄청 맛있게 느껴 질 것 같았는데, 배고픔과 미각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ㅡㅡ;



패키지 일정상 대략 4~6시간 등반후에 8고메의 야마고야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저녁입니다. 새벽까지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일출을 보는 일정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환복할 필요가 있는데 정상의 온도가 7, 8월에도 영하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후지산이 7,8 월에만 입산 가능한 이유 중 하나 바로 기후입니다. 7~9월 이외에는 영하 20도까지 최저 영하 38도까지도 떨어진다고 하네요.



일출 그리고 또 하나의 추억이...


어스름이 밝아오는 새벽, 저 멀리 태양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곳은 정상이 아닙니다. 


가이드와 다른 일행들은 정상을 향해 떠나고 저희는 8고메의 야마고야에 남았습니다. 집사람의 체력이 이미 한계라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이든 어디든 떠오르는 태양의 감동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주변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더니 순식간에 동전같은 태양이 쑤~욱! 하고 올라오네요.





우릴 고단하게 했던 바위산이 물들어 갑니다.




추억 한장 찰칵!!



마무리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오는 건 빠릅니다. 2시간 이내에 내려왔던 것 같네요. 5~6시간 올라간 시간이 허무해질 정도로 짧습니다.





경사가 좀 가파르긴한데 길 자체는 편해서 내려오기 좋았습니다.





다 끝났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구름에 부서지는 햇살과 이름은 모르겠지만 후지 5호 중 하나일게 분명할 호수의 풍경이 참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다시 정상을 밟으러 오겠다고 다짐했지만 일본을 떠난지 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찾아가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한번도 오르지 못한 바보' 가 되고 말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