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도서#2,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서로 다른 두가지 방식
소리치면 안돼! vs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달라도 너무 다른 유아 도서 2종 비교 리뷰
곧 시행될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유아도서 할인 판매를 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이 바람을 타고 저희집도 책 사재기에 한창이랍니다.
구매한 책 중에서
묘하게 대조적인 책 두권이 있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공감100%의 타이틀과 직설 화법, 소리치면 안돼!
교보문고 영등포점의 영유아 도서 코너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리치면 안돼!"
아아... 요즘 제가 우리 아기에게 너무나도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아기가 6개월이 넘어가면서 아침, 저녁으로 '꺄약~', '까약~' 날카로운 소프라노 톤으로 귀를 때리는 데, 정말... 아랫집, 윗집에도 미안하고... 안 겪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흑...
이 책의 뒷표지를 보는 순간, 이건 신이 내린 책이야~~~
집에 오자마자 컴터 키고 바로 장바구니 투척!!!
깨물고, 밀고, 때리고, 소리치는...
우리 아기가 요즘 하는 얄미운 짓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요? 이 책 하나로 바른 생활을 익힐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책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뒷표지의 문구를 보고도 지갑을 열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책을 펼쳐보고 놀란 것은 굉장히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겁니다. "안돼~", "안돼~" 라고 네거티브한 단어를 직접 사용하는 교육 매체,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요?
소리 지르는 아기공룡 '디노'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엄마, 그리고 큰 폰트로 강조한 '소리치면 안돼.' 라는 문구...
페이지가 넘어 갈때마다 소리치면 안되는 몇가지 상황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이 와서 이야기합니다. '조용조용 또박또박 말하는 거야' 뭐랄까? 반복, 반복 또 반복 그리고 마지믹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는 방식이 '텔레토비' 를 떠올리게 합니다.
강렬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에게 상상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정치 선전 문구를 만들때에도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다고 하네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아가가 소리지르는 행동에 대한 분별이 생긴다면 좋겠지만, 그림책에서 주인공 디노가 소리지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즐겁게 묘사되어 있어서 더 따라하고 싶어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결국 오늘도 소리지르는 호순이 옆에서 그림책을 펼치고 말았습니다.
"소리치면 안돼!"
이건 절대 아빠가 너에게 강요하는게 아냐. 그냥 책에 써있는 말을 읽었을 뿐이란다...ㅠㅠ
부모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감성적인 일러스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구매했습니다. 베스트 셀러니까... 남들이 다 좋다니까... 하지만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반복되는 '사랑해' 라는 단어 속에서 알수 없는 감동을 전해주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은 '소리치면 안돼!'와 같지만 메시지 자체가 긍정적인데다가 상황을 묘사하는 그림 안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입니다.
'온몸 구석구석'을 목욕하는 장면는 장면으로 표현한 그림이나,
입을 크게 벌린 그림을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을 표현하는 페이지에서 보이는 것 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 페이지...
'심술을 부릴 때도 너를 사랑해.'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항상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정말 힘들어서 아이가 미워보일 때가 있거든요.
이 페이지를 보면서 '저는 당신이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라고 부모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힘들어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항상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듯이 말입니다.
무수히 반복되는 '사랑해' 라는 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는 신비로운 책이었습니다.
당근과 채찍?!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이 두책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좋을까?
언제나 '소리치지 마!' 라고 하는 것도 좋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항상 '사랑해~' 라고 말하는 것도 좋을 수는 없겠지요. 두가지 방법을 적절히 배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혜로운 부모' 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